○ 기억 저장 ○
장기기억의 용량은 얼마나 될까요? 장기기억은 두뇌의 특정 위치에서 처리하고 저장하나요?
아서 코난 도일의 작품 '주홍색 연구'에서 셜록 홈즈는 기억용량에 대한 통속 이론을 제안합니다.
나는 사람의 두뇌가 원래 작은 빈 다락방과 같으며, 선택하는 가구들로 채워 넣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은 방이 신축성 있는 벽으로 만들어져서 한없이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을 첨가할 때마다 이미 알고 있던 무언가를 망각해야 하는 시점이 오게 된다.
하지만 셜록 홈즈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장기기억의 저장용량은 근본적으로 무한합니다. 우리 두뇌는 일단 다 채워지면 옛것을 버려야만 새로운 것을 집어넣을 수 있는 다락방과 같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 두뇌에 정보를 파지하기
심리학자이자 심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마이어스는 은퇴한 피아니스트이자 오르가니스트인 장모님에게 경탄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88세 때 그의 장모님은 눈이 나빠져서 악보를 더 이상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건반 앞에 앉기만 하면 20년 동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노래를 포함하여 수많은 찬송가를 깔끔하게 연주할 수 있었습니다. 장모님의 두뇌 어디에 이렇게 많은 악보가 저장되어 있는 것일까요?
한때 몇몇 신경외과 의사와 기억 연구자들은 신경외과 수술 중에 두뇌를 자극해봄으로써 환자의 선명한 듯 보이는 기억들을 기록하였습니다. 이 기록은 연습을 많이 하였던 음악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체 과거가 온전한 모습으로 두뇌에 들어있으며 재활성화될 때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일까요? 면밀히 분석한 결과, 되살아난 것처럼 보이는 기억은 부활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Loftus & Loftus, 1980). 심리학자 칼 래슐리(1950)는 기억이 두뇌의 특정 영역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하여, 쥐에게 미로학습을 시킨 후에 두뇌피질의 일부분을 제고하고 기억을 검사하였습니다. 피질 영역의 어디를 얼마큼 제거하느냐에 관계없이 쥐는 미로학습에 대한 기억을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파지하고 있었습니다. 기억은 두뇌에 기반하지만, 두뇌는 기억 성분들을 여러 위치에 걸쳐있는 신경망에 분산시켜 놓습니다. 이러한 특정 위치에는 원래의 경험에 수반되었던 몇몇 회로들이 포함됩니다. 어떤 것을 경험할 때 흥분하는 두뇌 세포는 회상할 때도 흥분합니다.
두뇌가 엄청난 저장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도서관이 책을 특정한 위치에 소장하는 것처럼 정보를 저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기억을 형성하는 정보를 부호화하고 저장하며 인출할 때 두뇌의 많은 부분이 상호작용합니다.
● 편도체, 정서 그리고 기억
정서는 기억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 호르몬들을 촉발시킵니다. 우리가 흥분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 호르몬들이 두뇌활동의 연로인 포도당 에너지를 더 많이 만들어내며, 무엇인가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두뇌에 신호해줍니다. 추가로 스트레스 호르몬은 변연계에 들어있는 정서 처리 중추인 편도체(amygdala)를 자극하여 전두엽과 기저신경절에 들어있는 기억흔적을 활성화하고 두뇌의 기억 형성 영역들이 활동을 증가시킵니다. 정서적 각성은 특정 사건들을 두뇌에 각인시키는 동시에 중립적 사건들에 대한 기억을 와해시킵니다.
정서가 촉발한 호르몬의 변화는 첫 키스나 사랑하는 사람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의 상황 등과 같이, 흥분시키거나 매우 놀랄 사건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2006년에 수행한 조사에서 보면, 미국 성인의 95%는 911테러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자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완벽하게 회상할 수 있다고 답하였습니다. 몇몇 심리학자들은 놀랍고 의미심장한 사건에 대한 선명한 기억을 섬광 기억(flashbulb memory)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두뇌가 마치 "이 장면을 꼭 찍고 기억하라!"고 명령하는 것처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섬광 기억은 선명함, 그리고 회상에 대한 확신도에서 주목할만한 기억입니다. 하지만 그 기억을 되살리고 되뇌기 하며 이야기함에 따라서, 오정보가 스며들어 오류를 범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테러 직후에 얻는 보고와 비교해볼 때 몇몇 오류들이 사람들의 회상에 스며들었습니다. 하지만 911테러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뒤로 2~3년에 걸쳐서 일관성을 유지하였다고 합니다.
"기억은 조금씩 채워지는 용기와 같은 것이 아니다. 기억은 걸어 놓는 고리가 성장하는 나무와 같은 것이다."
- 피터 러셀, 두뇌 책, 19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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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은 자각하지 못한 채 활성화되기에 십상이다.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오늘날 점화(priming)라고 부르는 이 과정을 '연합 깨우기'라고 칭하였습니다. '병원'이라는 단어를 보거나 들으면, 비록 그 단어를 보거나 들었다는 사실을 회상할 수 없는 경우에도 '의사'와의 연합을 점화시킵니다.
점화는 '기억이 없는 기억', 즉 의식적 자각이 없는 보이지 않는 기억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복도를 걸어가면서 실종 아동 포스터를 본다면, 무의식적으로 애매모호한 어른-아동 상호작용을 유괴의 가능성으로 해석하도록 점화될 수 있습니다. 비록 의식적으로는 포스터를 기억해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포스터가 여러분의 해석을 편향시킨 것입니다. 점화는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돈과 관련된 단어로 점화한 참가자들이 다른 사람을 도와주도록 요청하였을 때 도와줄 가능성이 작았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돈이 남을 도와주도록 격려하는 사회 규범보다는 물질주의와 이기심을 점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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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기억 : 정서적으로 중차대한 순간이나 사건에 대한 선명한 기억
점화 : 특정 연합의 무의식적 활성화. 지각이나 기억 또는 반응을 한쪽으로 이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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