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출 단서 ○


거미가 거미집 중앙에 매달려있고, 거미집은 거미를 중심으로 사방팔방으로 서로 다른 지점까지 퍼져나간 많은 거미줄로 유지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거미까지의 통로를 추적해보려면, 우선 하나의 기점으로부터 시장하는 통로를 만든 다음에 그 기점에 부착된 거미줄을 따라가면 됩니다.

기억을 인출하는 과정도 위와 유사한 원리를 따릅니다. 기억 정보들을 상호 연결된 연합의 망조직으로 저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실에서 옆에 앉은 사람의 이름과 같은 표적 정보를 기억에 부호화할 때, 여러분은 이 정보를 주변 자극, 기분, 자리 위치 등과 같은 다른 정보와 연합시키게 됩니다. 이러한 다른 정보들은 표적 정보에 대한 꼬리표나 힌트 아니면 확인 표지와 같은 것입니다. 이 정보들은 나중에 표적 정보를 인출하고자 할 때 인출 단서(retrieval cue), 즉 그 표적 정보에 접속하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기점으로 작용합니다. 보다 많은 인출 단서를 가지고 있을수록 끄집어내려는 기억으로 통하는 통로를 찾아낼 가능성이 큽니다.

최선의 인출단서는 우리가 기억을 부호화할 때 형성한 연합, 즉 연합된 사람이나 사건의 기억을 촉발할 수 있는 맛, 냄새 그리고 장면 등에서 나옵니다. 무엇인가를 회상하려고 할 때 시각 단서를 떠올리기 위해서 마음속으로 원래의 맥락으로 되돌아가 보기도 합니다.



▷ 맥락의존 기억 

어렸을 때 살았던 집이나 동네와 같이, 무엇인가 경험하였던 맥락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기억 인출을 점화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잠수부들에게 두 가지 상이한 상황, 즉 3m 물속이거나 해안에 앉아있는 상황에서 단어목록을 들려주었을 때 그리고 잠수부들이 동일한 장소에서 기억검사를 받았을 때, 더 많은 단어를 회상해냈습니다.

반면에 일상적 장면을 벗어나서 무엇인가를 경험하는 것은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상점이나 공원과 같이 이례적인 장소에서 여러분의 주치의와 마주친 적이 있습니까? 상대방을 알고 있었지만 누구인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를 알아내고자 어려움을 겪었을 수 있습니다. 부호화 명세성 원리(encoding specificity principle)는 한 사건이나 사람에게 '특수한' 단서가 그 기억을 가장 효과적으로 촉발하게 되는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낯선 장면에서는 신속한 얼굴 재인에 필요한 기억 단서를 가지고 있지 못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기억은 맥락 그리고 그 맥락과 연합되어 가지고 있는 단서들에 의존적입니다.

캐럴린 로비 - 콜리어(1993)는 여러 실험을 통해서 생후 3개월 된 유아에게서조차 친숙한 맥락이 기억을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찾아냈습니다. 유아가 발을 움직이면 요람의 모빌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학습한 후에는 다른 맥락에서보다는 동일한 요람에서 검사하였을 때 더 많이 발차기하였습니다.



▷ 상태의존 기억

맥락의존 기억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 상태의존 기억(state-dependent memory)입니다. 술에 취해 알코올에 의한 마취 작용이 발휘된 상태와 같은 어떤 한 상태에서 학습한 것은 다시 바로 그 상태가 되었을 때 쉽게 회상할 수 있습니다. 술에 취했을 때 학습한 것은 어떤 상태에서도 잘 회상하지 못합니다. (술은 저장을 와해시킵니다) 그렇지만 다시 취했을 때 약간 더 잘 회상하게 됩니다. 술에 취해서 돈을 숨겨놓은 사람은 다시 술에 취할 때까지 그 위치를 망각하기도 합니다. 

 

기분 상태는 기억의 상태 의존성에 관한 한 가지 예를 제공합니다. 좋거나 나쁜 사건에 뒤따르는 정서는 인출단서가 됩니다. 따라서 기억은 어느 정도 기분부합적(mood congruent)입니다. 데이트 상대가 바람을 맞혔다든가, 좋아하는 축구팀 유니폼이 없어졌다든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끝나기 10분 전에 텔레비전이 작동하지 않는 등의 나쁜 사건을 경험하였다면, 우울한 기분이 다른 나빴던 순간들의 회상을 촉진하기도 합니다. 우울한 것은 부적 연합을 점화함으로써 기억을 역겨운 것으로 만들며,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 기분을 설명하는 데 이 기억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러한 기분 - 기억 연결성을 알게 된다면, 현재 우울한 사람들은 자기 부모가 거부적이고 처벌적이며 죄의식을 불러일으킨다고 회상하는 반면, 과거에 우울하였지만, 지금은 정상인 사람들이 자기 부모를 과거에 우울증을 앓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과 동일하게 평가한다는 것이 하나도 이상할 필요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부모의 애정에 대한 청소년들의 평가가 6주가 지난 후의 평가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려주는 것이 없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이 우울할 때는 부모가 비인간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기분이 좋아짐에 따라서 부모 또한 악마에서 천사로 바뀝니다. 우리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우리는 좋거나 나쁜 기분에 빠져있을 때, 우리 자신의 판단과 기억이 변하는 원인을 끊임없이 현실로 돌리고 있습니다. 기분이 나쁠 때는 다른 사람이 쳐다보는 것을 노려보는 것으로 판단하여 기분이 더 나빠집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동일한 응시를 관심으로 부호화하여 기분이 더 좋아지기도 합니다.

인출에 대한 기분 효과는 기분이 지속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행복할 때는 행복한 사건들을 기억함으로써 세상을 행복한 공간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이것이 좋은 기분을 지속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우울할 때는 슬픈 사건을 회상하며, 이것이 현재 사건의 해석을 어둡게 만들어버립니다. 우울의 소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과정이 악순환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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